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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4년

빛의 물리학 아니면 빛이 되는 물리학?



빛의 물리학

저자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출판사
해나무 | 2014-05-2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빛을 키워드로 삼아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모든 사람이 다 아는 것을 이야기하면 안 되."
저녁이 너무 부실해 간식으로 족발을 먹으러 갔을 때, 옆좌석에서 들렸던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느 어머니의 말씀이다. 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인터넷이 있으니 검색하면 콘텐츠는 누구나 다 보게 된다. 문제는 그것을 해석하거나 제시하는 방식이다.

좋은 어머니다."빛의 물리학"이 가진 가치가 거기에 있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거창한 이론들조차 검색어 몇 개만 입력하면, 엄청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얻는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서 그 지식을 제시하는 방법이 중요해진다. "빛의 물리학"은 그것을 잘 해냈다.

상대성이론은 그런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도 벌써 강산이 세 번 정도 바뀌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제까지 상대성이론은 그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 안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는 정도의 의미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빛이 항상 같은 속력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러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변수가 바로 시간이라는 식의 설명은 상대성이론에 대한 나의 이해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다만 양자역학에 들어가서는 고층 호텔의 비유가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졌는데, 원자의 구조를 밝히려는 노력에서 양자역학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측면들을 한 가지 비유로 설명하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서 그런 단점조차 이해가 가기는 했다. 어찌 보면, 양자역학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는 아직 물리학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니 전문가도 아닌 EBS 소속 방송인인 저자들이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듯 멋진 비유를 내놓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EBS 다큐멘터리를 먼저 봤다. 다만 전부 다 본 것이 아니고 끈이론에 대해 나오는 부분만 잠깐 봤으니 사실 봤다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영상으로 볼 때는 참 재미 있는 부분이었는데, 책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부실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끈이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을.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이해를 넓혀 가다 보면 언젠가는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책에서 상대성이론이 그렇게 됐으니 그런 미래는 분명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