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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4년

시민과 군인



임무형전술의 어제와 오늘

저자
디르크 W. 외팅 지음
출판사
백암 | 2011-01-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임무형 전술 개념은 수행의 세부사항까지 구속하는 명령형에 반대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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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독일육군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화려한 전술적 능력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전략적 인식일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볼 때, 독일육군은 절대 두 개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전략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전쟁 초반에 그들은 눈부신 성공을 거둔 덕분에 역사적으로 패자들이 거의 항상 겪어야 했던 불명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최근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로 인해 독일육군과 관련된 전격전의 신화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임무형전술이라는 개념이 대신하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다. 나는 이전에 읽었던 <전격전의 전설>이나 <전격전 프랑스 패망과 거짓 신화의 시작>과 같은 책을 통해 어렴풋이 그런 분위기를 느꼈기에 이 책을 읽게 됐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육군은 그 기원이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로이센 육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여 군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그들의 새로운 시각이 서서히 정착되기 시작했지만, 이때부터 임무형지휘나 임무형전술이 목표는 아니었다. 그런 말은 오히려 그들의 전술교리를 연구하던 외국인들이 정립한 개념에 가깝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나폴레옹의 군대에 치욕적인 패배를 경험한 프로이센은 군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그들도 프랑스의 선례를 따라 징병제를 실시하게 됐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이전까지 군대는 일종의 생계수단으로 원하는 사람만이 입대했기 때문에 병력자원의 구성이 주로 사회의 쓰레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전장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임무를 수행하게 만들려면 잔학할 정도로 강도 높은 규율이 요구됐다.

그런데 국가의 모든 남성들이 군인이 돼야 하는 체제에서는 병력자원들에게 잔악한 군기를 강요하기가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출신 자체가 건전한 시민들이었으며 복무기간이 끝나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분이 군인이기는 해도 사실상 일반 시민인 사람들을 구타로 다스린다는 것은 사실상 국가가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병사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그렇다면 야만적인 군기에 의지하지 않고 군대를 지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급자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상급자가 자기 책임의 일부분을 하급자와 나누어 갖는다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나는 그것을 상급자가 명령이라는 형태로 목표를 정하면 하급자는 책임감을 갖고 그것을 달성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했다. 여기서 복종은 야만적인 군기가 아니라 책임감에 뿌리를 두게 된다.

이 책에서는 프로이센 육군의 사상이 오랜 세월에 걸쳐 구체적 형태로 구현되다가 결국 우리가 임무형전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사항들을 논의하고 있지만, 군대에서 사건사고가 빈발한 요즘 현실 때문에 군인이 사실상 제복을 입은 민간인이라는 독일군의 사상에 주목했다.

모든 병사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 상태에서 책임감을 통해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는 결국 병영 내에 구현된 하나의 민주사회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군대가 임무형전술을 추구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병사들에게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교육한다면, 군대내 왕따나 구타문제도 자연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물론 임무형전술을 우리 군대에 정착시키려면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어야 할 테고, 제국주의 일본군대와 미군의 사고방식을 물려받은 기존 군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군인의 군기와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솔직히 재발 방지책이라고 발표된 것들이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인 상태에서 나는 임무형전술에 큰 기대를 걸게 되었다.

끝으로, 이 책은 독일어 원서를 번역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프로이센이 프러시아라는 영어식 표현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외팅이 영어로 출판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