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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2년

나당전쟁 연구



나당전쟁 연구

저자
이상훈 지음
출판사
주류성 | 2012-06-2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나당전쟁 연구』는 나당전쟁을 인식함에 있어 신라의 승리와 자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최근 신라가 외세를 빌어 삼국통일을 했기 때문에 우리민족의 영역이 한반도로 축소됐다며 신라를 민족의 반역자인 것처럼 매도하는 분위기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나당전쟁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  현대의 시각으로 과거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다.

내용이 매우 충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을 수 없는 한자가 많이 나오고 여러 편의 논문을 조합해서 책을 쓴 탓인지 똑같은 인용이 반복되면서 비슷한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부분 때문에 최고의 평점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지 못하는 한자를 그냥 무시하고 반복되는 인용도 알아서 건너 뛰면 곳곳에서 참신한 발상이 보인다.

내가 참신한 발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문헌에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의문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추론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내가 최근에 읽었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기벌포의 위치를 추론해 보기 위해 장기간에 걸친 해수면의 변화를 따지는 부분은 그중에서도 압권이었다.

중국이나 일본 학계의 분위기처럼 나당전쟁을 당의 전략적 전환에 따른 한반도 철수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절하하거나 국제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당과 신라가 싸워서 신라가 승리했다는 시각은 아마 둘다 정확한 관점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책이 한국과 중국의 사료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불완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들 사료에서 보이는 의문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좀 더 진실에 접근했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만약 신라가 나당전쟁에서 패하여 신라마저 당에 편입되었다면, 한반도 전체에 당의 내지화가 진행되었을 것이며, 만주일대에 대한 당의 지배력도 강화되어 나갔을 것이다. 즉, 신라가 장기간의 나당전쟁을 통해 당의 국력을 소모시키고, 특히 당의 동북방에 대한 군사력 내지는 장악력을 감소시키지 않았다면, 만주일대에서 발해가 흥기하는 일도 쉽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신라가 당과 협력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다면 이런 말이 나올 필요가 없는 것 아니었을까? 그런데 백제의 멸망이 신라가 당에 붙어서 생긴 일이라면, 그것을 가만이 보고만 있었던 고구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나는 굳이 신라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당이 백제와 고구려를 결국에는 멸망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당이 강해서가 아니라 백제와 고구려가 전략적으로 그만큼 무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나당전쟁 연구>처럼 우리역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들이 많이 나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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