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2년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학창시절 친구 여럿이 모여 부와 명예, 권력 중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야기의 꽃을 피웠던 적이 있다. 당시 대부분의 친구들이 명예에는 관심이 없었던 대신 돈과 권력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 같다.

나는 권력을 택했던 쪽이었다. 그런데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을 읽고나니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적어도 메디치가는 자신의 엄청난 부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방법으로 권력기반을 확고하게 다졌던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지만 부와 권력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권력이 없는 부는 늑대의 무리에 둘러싸인 양에 불과하고 부가 없는 권력은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 메디치가와 경쟁하다 몰락하게 된 가문들이 그런 현실의 실례가 된다.

이 책의 주된 줄거리는 오랜 기간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자 그에 대한 반대세력의 움직임도 커져서 결국 교황까지 연루된 암살시도가 발생한다. 암살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구실로 메디치가는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모든 반대파를 숙청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이때부터 법위의 권력인 메디치가의 위상이 절정에 도달하게 된다.

살인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제목만 보면 스릴러의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고 각종 부가적인 설명들이 장황하게 이어져 계속 몰입하면서 책을 읽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이런 부류의 설명서는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읽어서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구분한 이전 포스트( http://dukebluepig.tistory.com/admin/entry/post/?id=18 )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15세기 피렌체나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부와 권력을 쟁취하고 누리는 방식이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 당시 피렌체에서 가능했던 일이 오늘날에도 가능하다고 본다. 겉으로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속에서는 독재권력을 휘두르는 것 말이다.

다행이 메디치가문은 암살기도 이후 권력의 정점에 도달했다가 오래지 않아 비록 잠시만이라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차면 결국 기울게 된다. 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은 모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합의를 통한 정치가 이루어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차고 기우는 과정을 좀 더 신속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최종 감상이다.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저자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출판사
푸른역사 | 2008-04-29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15세기 말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를 뒤흔든 하나의 살인사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생각나는 대로 독후감 > 201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당전쟁 연구  (0) 2012.09.11
6일 전쟁  (0) 201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