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부러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을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다루었다. 일방적 사고방식이 아닌 다양한 사고들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의 논거가 전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배타적인 우리의 민족주의는 분명 국제화된 우리의 현실에 모순을 강요하는 사고방식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민족이라는 개념을 포기했을 때, 북한은 어떤 식으로 보아야 하는가? 분명 엄청난 고통이 따를 통일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더욱 아쉬운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답은 제시하지 않겠다던 저자는 책의 끝에서 다룬 성에 대한 문제에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해답을 제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앞에서는 우리가 믿는 것은 이런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식이었지만, 이 부분의 경우 성에 대한 우리의 표면적 태도는 이런데 실제로는 이러하며 이런 방향이 옳다는 뉘앙스가 심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정의란 무엇인가?"를 한국적 현실에 맞게 해석하여 쉽게 화두를 던져주는 글로 정의하고 싶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철학적 틀을 유지하느라 내용이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아주 노골적이고 원초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이 성공을 거두어 우리 사회에서 그 동안 금기시 됐던 논거들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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