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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다 한 마디

전격전의 전설



전격전의 전설

저자
칼 하인츠 프리저 지음
출판사
일조각 | 2007-12-3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전격전의 전설은 최초의 대규모 전격전이자 혁신적인 전투로 기록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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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문서보관서에서 잠자고 있던 자료들을 활용해 2차 세계대전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는 책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주류를 형성해 가는 분위기다. "전격전의 전설"은 많은 블로거들의 격찬이 있어서 진작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이제서야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전격전이라는 용어의 원문인 Blitzkrieg 자체가 일종의 과장법이라고 말한다. 독일어로  전격(blitz)과 전쟁(krieg)을 합친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전젹전보다는 전격작전 정도가 어울리는 것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독일군 전격전의 실상이다.

폴란드 침공 때만 해도 히틀러는 서유럽 국가들이 전쟁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프랑스 침공을 위한 작전계획은 없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전격전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이 책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독일군이 됭케르크를 눈 앞에 두고 며칠 동안이나 진격을 멈추게 됐던 이유로 이 책이 제시하는 논거였다. 주공을 담당한 A집단군의 룬트슈테트가 기갑부대의 신속한 진격에 제동을 걸려고 하자 육군총사령관 브라우히치 상급대장이 모든 기갑부대를 B집단군에 배속시켜 버리고 A집단군 사령관인 룬트슈테트의 지휘권을 사실 상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A집단군 사령부를 방문한 히틀러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이루어진 브라우히치의 조치에 분노하여 그 반대되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이번에는 육군총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이 권한을 제한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룬트슈테트는 기갑부대를 정지시켜 버렸다.

그런데 히틀러가 그런 조치를 취한 이면에는 프랑스 전역의 승리가 육군 지휘부가 아닌 자신의 공로가 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육군지휘부를 물먹임으로써 히틀러는 그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 전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주도권을 잡은 히틀러는 육군 지휘부를 무시하고 군대의 작전에 점점 더 깊이 개입하게 되는데, 나는 그 씨앗이 바로 이 사건에서 이미 뿌려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됭케르크 정지명령의 제1가설을 설명하면서 카이텔 상급대장의 증언을 인용한 곳이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의 장군참모로서 플랑드르 전선에서 전투를 치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됭케르크의 지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곳은 온통 늪지대였기 때문에 만일 전차가 기동했다면 오도가도 못했을 것이다."

카이텔이 말한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문맥 상 히틀러에 대한 설명이어야 하는데, 히틀러가 장군참모였을 턱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