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전을 읽는 것은 그저 옛사람이 했던 말을 암기해서 유식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덕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하품 나올 것 같은 이야기를 읽어서 무엇에 쓰겠냐고 생각하며 그저 흥미로 읽었던 책이지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스럽게 절감했다.
내가 보기에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는 불의를 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쉬워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린 플라톤은 단순히 반박에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을 진리를 가르쳐 주었다.
플라톤이 이 글을 쓸 때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때문에 참주정치나 귀족정치를 옹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지만, 어떤 정치형태로든 대중에게 아첨을 하는 것이 정치가들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그런 정치적 활동이 미디어라는 엄청난 효과를 지닌 수단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소크라테스식으로 말해, 아첨을 잘 해야만 정치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바로 이런 시기일 수록 우리같은 일반 대중에게는 우리의 욕망만을 충족시켜주며 아첨을 일삼는 무리들로부터 우리의 진정한 안녕을 위할 수 있는 정치가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과식으로 위가 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음식만을 탐하기 보다는 의사의 조언을 준수하여 절식을 할 줄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주요 방송사와 몇몇 은행들이 해커의 공격을 받아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진행 중이다. 농협과 같은 금융기관은 이미 한 차례 해킹으로 인해 홍역을 치른 적이 있으면서도 이번 사태에 또 피해자가 됐다. 그러니 <고르기아스>를 읽으며 내가 가장 감명을 받았던 구절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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