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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3년

나폴레옹 전쟁



나폴레옹 전쟁

저자
그레고리 프리몬-반즈, 토드 피셔 지음
출판사
플래닛미디어 | 2009-08-0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근대 유럽을 탄생하게 한 나폴레옹 전쟁의 모든 것 두 얼굴의 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제목만 보면 나폴레옹이 수행한 전쟁을 전부 다루었을 것 같은데, 정확하게 혁명전쟁 시기의 활약은 빼고 그 이후부터 워털루 전투까지만 다루고 있다. 그런 면에서 마케팅을 빙자하여 독자를 낚기 위해 원래 제목과 전혀 상관없는 제목을 갖다 붙이는 요즘 출판계의 관행하고는 완전히 동떨어진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들을 열거해 보자면, 일단 나폴레옹의 원수들 중 서로 반목하는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된 원인이 간략하게나마 언급되어 있어서 내가 처음 나폴레옹에 대한 책을 읽은 이래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의문이 풀렸다. 더불어 한 때 총기를 발하던 마세나 원수가 이베리아 반도 전쟁에 등장할 무렵에는 거의 노인이 되어 나타나게 됐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 방탕한 생활을 위해 끊임없이 물질적인 것을 탐했다니, 방탕에는 장사가 없다.

하지만 가장 크게 부각되는 부분은 프랑스 육군이 태생적으로 군수체계에 약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유럽에서 수행한 전쟁과 마찬가지로 현지 조달을 시도했다가 안 그래도 피폐한 현지의 어려움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고, 러시아 전역에서는 보급체계가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했다가 망했다. 이 부분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효율적인 보급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소규모 영국군의 모습과 크게 대조된다.

아마 이 책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전쟁을 자주 하다 보면 결국 패하게 된다는 교훈일 것이다. 황제로 등극하여 처음 치른 전쟁에서는 훈련이 잘 된 우수한 병사들이 나폴레옹의 작전을 충실하게 수행했지만, 전투를 치를 때마다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들 우수한 자원들이 고갈되자 새로 징집된 병사들은 도저히 선배들의 수준에 도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던 시기처럼 좀 더 주도면밀하게 작전을 계획하고 프랑스군의 장기인 기동전을 수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베리아 반도 전쟁의 두 얼굴을 설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던 부분도 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프랑스가 많은 병력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력을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는 스페인인인들의 끈질긴 저항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미 프랑스군의 밀집대형이 영국군의 횡대전술에 상대가 되지 않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교훈이 나폴레옹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데, 언젠가는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켜 줄 책도 나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결론적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 책의 주제는 개인의 천재성보다 체계적인 조직이 우월하다는 것이 아닐까?

번역에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도 했는데, 이 책에 왕자라고 번역된 몇몇 인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왕자가 아니라 공작의 유럽식 표현일 것이다. 바그라티온이 가장 눈에 띄는 사례였다. 고야의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는 기도하는 승려가 나오는데, 승려가 아니라 수사가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자 한다.

아참, 몇몇 전투는 전반적인 군대의 이동상황보다 전투 현장의 상황도를 넣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이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몇몇 전투는 글만으로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평점에 약간의 감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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