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된 책이라 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는 삼국편보다 두 번째를 먼저 읽었다. 삼국편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 구도에서부터 후백제, 후고구려, 신라의 삼국 구도까지를 다루는데, 아무래도 사료가 부족하다 보니 사실보다는 추측이 더 많았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신라를 서술할 때는 위작논쟁이 끊이지 않는, <화랑세기>가 논리 전개의 주된 근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분량을 늘리려고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나았다.
하지만 독재정권이 전쟁에 유리한가를 논한 부분은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하고 있는 부분의 허점을 잘 짚어 주는 것 같아서 처음에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자는 독재정권과 정통성이 없는 정권을 혼동한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독재정권이란 속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모든 국민이 독재권력에 충성을 하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삼국쟁패기에 가장 약체였던 신라가 승리했던 이유는 삼국구도에서 각 나라는 두 개의 상대를 맞아서 싸워야 하는 구도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구려는 덩치가 큰 만큼 다른 국가보다 적이 하나 더 많았고, 백제는 정권이 안정되지 않아서 계속 무리수를 쓰며 국력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후삼국 구도에서도 마찬가지로 견훤은 실속 없는 정벌로 국력을 낭비하다가 결국 왕건에게 패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이 책에 서술된 내용이 모두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저자가 추측한 부분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각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재미 있게 읽었던 책이다. <화랑세기>만 아니었으면, 더 높은 평점을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