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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3년

새판을 짜다



새판을 짜다

저자
장박원 지음
출판사
행간 | 2013-05-2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새로운 시대는 혁신을 원한다!춘추전국시대 혁신의 영웅들을 만나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프리드리히 대제 시대의 영광에 취해 있던 프로이센 육군은 새로운 군사이론으로 무장한 나폴레옹에게 바람처럼 흩어져 버리고, 나폴레옹의 영광을 자랑하던 프랑스군은 프로이센 군대의 조직력에 굴복했으니 항상 혁신하지 않는 자는 뒤쳐지게 되는 것이 역사의 진리가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이 춘추전국시대를 보면서 혁신에 대한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 저자는 다양한 사상과 인물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면서 많은 고뇌와 실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당시 많은 고뇌를 거쳐 등장했던 사상들 중 일부가 아직까지도 그 효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했던 사상과 인물이 등장했던 만큼 300쪽 분량의 한 권의 책으로 그 시대를 깊이 조명할 수는 없으니 이 책에서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저자는 나름 알찬 내용들을 제공해 준다. 그 결과 한비자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 분명 이 책은 자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것이다.

분명 여러 인물과 사상이 언급됐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일관되게 유지하는 논조는 결국 지속성을 가진 개혁만이 성공한 개혁이라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힘으로 시작됐다가 그 인물이 사라질 경우 중단되는 것은 개혁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는 가장 성공한 개혁가일지 모른다. 그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유교가 정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이후 2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사상을 지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을 사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역시 앞에서 언급했던 한비자이다. 우리의 공적 권력이 사적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은 이미 오래 된 일이다. 이렇게 공적 권력을 사적인 수단으로 전횡하는 자들이 사이비 지식인들을 동원해 가치를 전도시키는 현상도 이미 오래 전부터   만연되어 있었다. 이제는 대중매체에 나오는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 다만 한비자는 당시 현실에 맞게 군주라는 절대권력자를 통해 법치국가를 구현하려고 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절대군주를 인정하지 않기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이제부터 우리가 고민해야 할 내용이 되겠고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을 실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시대의 혁신이 아닐까 한다.

맹상군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언뜻 지나가듯 흘린 말에서 잠시 생각을 가다듬게 됐다. "확실하게 '자기 사람'을 만들 자신이 없는 사람일수록 연고주의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럴 듯 한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좀 더 생각해 보자. 나는 이제까지 과거 우리의 권력자들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인물을 선발했던 이유는 그들의 연고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자가 연줄을 이용해 권력자에게 접근을 했기 때문에 연고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연줄을 이용하려는 자를 무조건 배제하면 굳이 힘들여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좋은 인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관점도 다르니 나처럼 한비자에게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미래가 불투명해서 답답한 기분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슴프레하지만 붙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는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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