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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4년

과연 대한민국도 내전으로 갈 것인가?



스페인 내전

저자
앤터니 비버 지음
출판사
교양인 | 2009-05-2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스페인 내전 연구의 결정판 20세기 정치 이념들의 폭발 현장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스페인 내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게로니카의 참상일 것이다. 비록 외국 군대가 개입하여 각종 무기와 전술의 시험무대가 되기는 했지만, 세계사 전반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이 별로 눈에 띄지 않으니, 그런 인상은 스페인 내전에 대한 책을 거북한 존재로 만들었다. 나의 경우, 특히 그런 경향이 심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라 몹시 불편하게 여기던 한국전쟁 이야기도 읽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전을 빼면 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 결국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책이 그런 전략을 취하겠지만, 초반부터 이 책은 나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했다. 좌익과 우익이 모두 선거결과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결과를 두고 아직도 부정선거라는 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결과에 승복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새누리당측 발언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지금 우리의 현실하고 너무나 비슷해 보인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닐까 두렵기까지 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앤터니 비버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 진영에서 가장 열렬하게 학살을 자행한 당사자들은 사실 상대방 진영에 낙오된 반대 진영 사람들이었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지나가는 말로 언급되었는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한국전쟁하고 너무 닮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심지어 팔랑헤 당원까지도 절대자유주의에 관심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전국노동자연합-아나키스트연합 무리에 섞이는 것으로 피난처를 찾았다. 좌파 쪽의 많은 사람들은 또한 치안대원들이 우파에 동조할 것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려고 자주 가장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167쪽).'

'좌파분자들이 국민진영에서 살아남기 위해 팔랑헤당에 가입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체포가 두려웠던 극우파 사람들이 서둘러 가입했기 때문이다(페이지수는 확인해 봐야 함).'


어쩌면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아마 국방부가 아닐까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들이 공산주의의 영향력을 의심해서 공화정부를 지원하지 않으려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스페인을 공산화하기 위해 스탈린과 코민테른이 벌인 엉뚱한 짓거리들에 이르기까지 반공교재로 활용할 요소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조금 비약해서 생각하면, 앤터니 비버가 공산주의를 까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사실 전쟁이나 전투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번역한 분은 군사 부분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것인지, 군대와 관련된 용어에 달린 주석을 보면 핵심을 벗어난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결국 하나를 직접 확인해 보았다.


사진은 독일 콘도르군단 소속 폭격기 캄프그루페에 대한 설명이다. 육군의 전투단에 대한 설명인 것 같아서 원문을 구글로 검색해 보니 http://en.wikipedia.org/wiki/Kampfgruppe 에 나온 설명을 번역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문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바로 밑에 적혀 있다는 것이다. 'It also referred to bomber groups in Luftwaffe usage, which themselves consisted of three or four Staffeln (squadrons), and existed within Kampfgeschwader bomber wings of three or four Kampfgruppen per wing.' 군사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역자였다면, 앞에 나온 내용이 아니라 이 부분을 각주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글로 쓰기 귀찮아서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내용이 마치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역효과가 났다. 사실 이 책은 군사적인 부분보다 정치나 경제, 공보, 외교 등등의 다른 부분에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부분에 다소 미흡한 번역이 나왔더라도 "절대" 책을 읽는 즐거움이 감소되지 않는다. 심지어 앤터니 비버(제길, 작가 이름 좀 통일하면 안 되나? 다른 책에는 안토니 비버라고 했다)가 쓴 다른 책을 봤을 때는 그저 그런 작가인가 보다 했다가 이 책을 보고는 완전히 평가가 바뀌게 됐다는 점을 힘차게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