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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독후감/2014년

수중고고학을 소개하다.



해저 보물선에 숨겨진 놀라운 세계사

저자
랜달 사사키 지음
출판사
공명 | 2014-02-2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해저 보물선과 보물 사냥꾼, 도굴범 그리고 수중고고학― 캡틴 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책의 두께에 약간은 실망했다. 책의 판형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 두께도 얇았다. 그렇다면 내용 자체가 그다지 풍부하지 못할 테니 깊이 있는 내용은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수중고고학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미괄식이었다. 그것은 내가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우고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른 이래 거의 잊고 지냈던 말이다. 왜냐하면 두괄식이든 미괄식이든 내 느낌에 그 단어의 의미에 일치하는 구성의 책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꼭집어서 미괄식이라고 해도 될 만큼 결론이 마지막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은 뭘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일종의 미끼이다. 이 책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중고고학을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흥미유발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개략적인 역사를 이야기하고 그와 관련된 보물선 발굴 사례를 언급한다. 이때 그 발굴을 통해 어떤 사실들이 드러났는지, 그리고 그런 사실이 왜 중요한지를 밝혀 둔다. 나는 여기서 밝혀 둔다는 말을 썼다. 왜냐하면 바로 그 부분이 뒤에 나올 결론으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책 자체가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없는 분량이라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앞부분에서는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별로 없을 지도 모른다. 대신 중반부로 들어가 동양 역사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 분명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배를 이야기하는 데 모르는 내용이다. 게다가 여몽 연합군의 일본 침공 당시 '진천뢰'가 사용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로서는 진천뢰 부분에서 약간의 반전이 있었던 것이, 처음 일본 측 기록을 토대로 여몽 연합군이 진천뢰를 사용했다고 기술했을 때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냥 일본 측의 과장이거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진천뢰가 아닐 것이라고 무시했었다. 그런데 잠시 뒤로 가서 일본의 보물선 발굴 실례에 들어가서는 당시 침몰한 배에서 진천뢰로 볼 수밖에 없는 유물이 나왔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흥미를 자극하고 난 뒤에 수중고고학의 방법론 같은 진짜 이 책의 목적이 비로서 등장한다. 그동안 내가 익숙해졌던 책의 구성방식에 따르면 수중고고학을 설명하는 이 부분이 제일 앞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앞에서 보물선 발굴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마치 지나가는 말처럼 언급했던 사항들이 여기서 하나의 결론으로 집대성된다. 마치 막힘 없이 흐르다 큰 강에 도달하는 물줄기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보물 사냥꾼처럼 보물만 얻으면 끝이 아니라 수중고고학자는 꼼꼼하게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에 직관적으로 공감했다.

표기법과 관련하여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보이는데, 이것은 그냥 기회가 되어 출판사 측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물어보려고 기록해 둔다. 70쪽 마닐라 총독 대리 안토니오 모르가(Antonio de Morga)에서 'de'를 뺀 것은 단순한 실수일까? 89쪽 알마다(Armada)는 '아르마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108쪽에 나오는 전기탐사기는 이어지는 설명으로 보아 200쪽에 자기탐사기로 표기된 장비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124쪽 피레우스는 괄호 안에 병기된 알파벳 표기에 오타가 있다. 끝에 's'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

199쪽에 '해저면을 나타내는 기재에는 사이드 스캐너가 있다'라는 문장에서 '기재'는 몹시 어색한 용어인데, 혹시 일본어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자립형무인잠수기(AUV)'도 우리는 자립형이 아니라 자율형이라고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